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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 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뇌관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2-08-02
  • 조회수 : 415

고령화 파고가 거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카드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고령화를 지목했다. 급격한 저출산·고령화는 생산성을 둔화시켜 경제를 저성장과 저고용의 질곡으로 떨어뜨린다.

 

우리나라는 2025년 노인인구 비율이 20.6%로 상승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인구는 2020년 815만명에서 2050년에는 190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는 2030년 3881만명에서 2050년 2419만명으로 감소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에 따르면 노인인구가 1%포인트 늘어나면 성장률은 연평균 0.3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인구 100명당 노인인구 부양비도 2021년 21.8명에서 2036년 50명으로 늘어난다. 생산인구 2명이 고령인구 한 명을 떠받치는 기형적 구조로 바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에 대해 고령화로 향후 20년간 생산인구가 23% 감소하고 재정적자가 장기간 지속되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은 대표적 재정 불량 국가다. 지난해 국가채무비율이 263%를 넘어섰다. 일본의 재정구조가 나빠진 주요 원인은 가파른 고령화다. 고령화 비율이 1990년 12.1%에서 2021년 29%로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총인구도 감소세로 전환, 해마다 중소 규모 도시 하나씩 사라지는 양상이다. 2040년에는 노인인구가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회보장비 삭감이나 추가적 세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심각한 재정 부족이 불가피하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산업구조조정 대신 재정 투입이라는 손쉬운 수단에 의존한 것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채무를 초래했다. ‘아베노믹스’는 고령화와 만성적 디플레이션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시도였으나 경쟁력 저하라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다.

 

한국 경제도 다각적인 고령화 해법을 고심해야 할 상황이다. 심화되고 있는 생산인구 부족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보다 개방적 이민정책이 불가피하다. 2020년 기준으로 외국인은 215만명으로, 총인구에서 4.2%를 차지한다.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산업체의 수요가 계속 커지고 있다. 문호를 개방해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은 불가능하다. 독일이 시리아 난민과 터키의 노동자를 수용한 것은 생산인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일본이 출입국관리법을 고쳐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값싼 외국인 노동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동아시아 국가의 인력 수입이 제한될 수도 있다.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문호 개방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보다 유연한 정년제도로 전환도 필요하다.

 

고령화 시대의 재정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노인에 대한 각종 사회보장성 지출이 급증하게 된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로 성장잠재력이 고갈되는 현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공동화된 지방의 구제를 위한 재정 투입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이 우는 소리 듣기 어려운 마을, 노인밖에 없는 동네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 지역 정주여건 개선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4000만명의 노동인구 감소로 8%대 고성장 국가에서 5~6% 중속 성장 국가로 전락했다. 고령화와 생산인구 급감이라는 초미의 과제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면 선진 한국호가 좌초할 수 있다. 고령화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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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2-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