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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여의도포럼] 일국양제는 없다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2-07-21
  • 조회수 : 429

주권 반환된 지 25주년이 된

홍콩은 공산 중국의 일국양제

약속으로 '아시아의 진주' 돼

 

하지만 수년간 중국의 통제가

강화 되면서 커다란 도전 직면

민주 홍콩의 정체성 크게 훼손

 

중국 정부의 홍콩 역사 지우기

본격화 되며 일국양제 사실상

폐기 수순 밟을 것으로 전망

 

홍콩에 주권이 반환된 지 25주년이 됐다. 1997년 7월 1일 영국은 중화인민공화국에 주권을 돌려줬다. 중국의 주권 회복은 아편전쟁 이후 계속된 백년의 치욕을 극복하고 중화민족의 재도약을 상징하는 역사적 쾌거였다.

 

지난 사반세기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홍콩을 ‘아시아의 진주’로 이끌었다. 일국양제는 2047년까지 공산 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준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동안의 성과는 인상적이다. 2021년 기준으로 인구는 651만명에서 740만명으로 늘어났다. 교역 규모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각각 3.3배, 1.8배 증가했다. 외국인직접투자(FDI) 3위, 수출 6위, 증시 규모 7위의 글로벌 위상을 자랑한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제가 강화되면서 일국양제는 안팎으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시민 저항 운동이 격렬해졌다. 2019년 민주화 운동,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2021년 선거제도 개편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겪으면서 민주 홍콩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일국양제를 20번 소리 높여 외쳤다. “일국양제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시도로 이는 국가 주권의 안정, 발전이익을 수호하고 홍콩 마카오의 장기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홍콩의 통치권은 애국자가 확고히 장악하는 것이 홍콩의 장기적 안정을 위한 필연적 요구라며 공산당의 영도가 홍콩의 안정과 장래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추구하는 일국양제와 서구 사회가 생각하는 일국양제 사이에 근본적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시 주석은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 대신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愛國者治港)를 새로운 통치 거버넌스로 제시했다. 신임 행정장관으로 경찰 수장을 임명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 기업인을 주로 임명하던 종전의 관행을 과감히 탈피했다.

 

일국양제 원칙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야당인 민주당은 정부가 법으로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상호 감시를 부추길 경우 불신이 깊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만 정부는 성명에서 일국양제의 본질이 보편적 가치와 상충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한스컴 스미스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는 홍콩의 정치적·사회적 자유가 제약되면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가 위태로울 수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전면적 통제권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일국양제는 사실상 폐기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홍콩은 중국 본토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는 것이 대다수 홍콩 시민의 현실 인식이다. 홍콩은 중국식 세계화에 서서히 편입되는 길을 밟고 있다. 홍콩 증시의 경우 상장회사의 78%가 중국 기업이다. 기업 인수·합병(M&A), 해외 자본 유치보다는 중국 기업의 자본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 계획이 홍콩 경제의 중장기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대일로 전략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광역 경제개발계획으로 홍콩, 마카오, 광둥성 9개 도시를 연결한 이 지역은 중국 GDP의 12%를 차지한다.

 

경제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홍콩 반환 이후 금융 자산과 알짜 부동산을 보유하는 톱 1%에 부가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집값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새장 또는 관이라고 부르는 비좁은 아파트에서 여러 가구가 섞여 살고 있다. 지난 수년간의 가두 시위 뒤에는 심각한 빈부격차와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홍콩 역사 지우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는 “중국은 홍콩의 주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고 기술돼 있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이후 54만명이 영국의 해외 시민 여권을 발급받았다. 2019∼2021년 홍콩 인구는 12만명 감소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주요 국가의 부정적 인식이 평균 6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비호감도는 80%나 된다. 홍콩의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는 25년 전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덩샤오핑이 약속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공생은 실현되지 않았다. 더 이상 일국양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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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2-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