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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여의도포럼] 구조적 위기에 직면한 중국 경제

  • 작성자:홍보실
  • 등록일2022-03-04
  • 조회수 : 392

중국 경제가 성장 절벽에 빠졌다. 중국사회과학원 등은 올해 중국 경제가 4~5% 중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면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중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견인한 인구 보너스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저출산과 인구 둔화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를 보여준다.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1.3명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출생인구는 7.5명으로 건국 이후 최저치다. 순증은 48만명에 불과했다. 21~35세 가임 여성이 계속 줄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대국이 됐다. 지난해 노인인구 비율은 14.2%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헝다연구소는 2050년 노인인구가 5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인구는 둔화 추세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 덕분에 고속 성장해 최빈국에서 주요 2개국(G2)으로 도약했다. 지난 10년간 생산인구는 4000만명 줄어 생산인구 비중이 64%로 감소했다. 생산인구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5년간 근로자 최저임금이 33% 증가했다. 공동부유 슬로건과 코로나19 확산이 일조했다. 지난 4분기 38개 주요 도시의 월평균 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만 위안을 넘어섰다.

 

여기에 노동생산성이 정체 상태다.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20년 2.3%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간 수준이다. 미국 생산성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기술개발, 혁신 성과 등을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둔화됐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핵심 열쇠인데 경제 구조의 선진화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자본주의는 민간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정치가 경제를 통제하는 것이 국가자본주의의 본질이다. “민간기업은 역사적 사명을 완수했으니 무대에서 떠나야 한다”는 국유기업 강화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유기업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물적 토대다. 국유기업은 약진하고 민영기업은 후퇴하는 국진민퇴(國進民退)가 힘을 얻고 있다. 민영기업은 국내총생산 60%, 신규 고용 90%를 창출한다.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에 대한 홍색 규제는 국가자본주의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가반독점국 신설, 기업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황금주(黃金株) 제도 도입, 대규모 과징금 부과는 빅테크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공산당의 의지 표명이다. 비효율과 낭비, 특혜의 상징인 국유기업의 득세는 중국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당이 결정하면 민간이 따르는 국가주의가 재현되면 ‘배부른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식 실용주의는 실종될 것이다.

 

공산당의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은 동서남북중, 노농학병 등 중국의 일체를 영도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당에 충성하라. 절대충성·절대순결·절대믿음을 보여라”고 역설한다. 종엄치당(從嚴治黨)은 도전할 수 없는 치국의 원칙이다. 공산당 영도, 사회주의의 길, 인민 독재, 마르크스·레닌과 마오쩌둥 사상은 중국 공산당의 4대 기본원칙이다. 21세기 마르크스주의를 이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성장의 파이를 나눠줄 테니 공산당 통치에 순종하라는 권위주의 통치의 행태는 계속될 양상이다. 시 주석의 1인 지배 강화 또한 불변의 대세다. 금년 가을 3연임이 확정되면 시진핑 1인 체제가 사실상 완성된다. 중국의 오랜 역사적 경험은 무소불위의 권력은 무오류 신화에 빠져 거대한 정책 실패로 이어졌음을 생생히 증언한다. 당의 결정이 모든 것에 우선하는 구조에서 경제는 사회주의 현대화의 도구일 따름이다.

 

중국 경제의 특색을 강조하는 중국모델론은 중국 굴기와 같이 애국주의와 중화주의를 찬양하는 수사에 불과하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고속성장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아니라 기업가 정신, 기술 축적, 시장 경쟁과 같은 시장친화적 경제 운영의 성과다. 국유기업 독과점, 국가권력 비대화, 시장개혁 후퇴는 중국모델론의 부정적 유산이다. 심화되는 미·중 갈등, 전랑외교(戰狼外交·늑대외교란 말로 중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공격적 외교 정책)와 중국 일방주의, 주변 국가와의 끊임없는 마찰은 지속 성장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반중 감정이 나날이 확산된다. 시 주석과 공산당이 차이나 리스크를 극복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수 있을까.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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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일자 : 2022-03-04